[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한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사건에 근거하여 제작하였으나, 간혹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청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정이 필요한 오류인 경우, 본 채널 또는 페이스북 채널, www.facebook.com/shinecast 로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페이스북 채널에 접속하시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한 번도, 한 번도 자신의 시대를 만들지 못했던 허영무가...

오늘만큼은, 최후의 브루드워 스타리그에서, 혼자, 혼자 우뚝 섰어요!

이제, 허영무의 시대입니다!!! (김태형 해설위원)

 

GG ~~~~~~~!!! (엄재경 해설위원)

 

저도 역시 여러분처럼 안타깝고...

그리고, 어...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안타까움에 더해서, 두렵습니다. (전용준 캐스터)

 

온게임넷 (현 OGN) 에서 주관한 마지막 브루드워 스타리그. tving 스타리그 2012 결승전.

팬들과 중계진들은 아쉬움의 눈물과 마지막 환호성을 멈추지 않았고,

그들은 13년 동안 계속되어 온 스타리그를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이게, 이런 식으로 반복이 되면,

저그가 못 이기는 그림이거든요!

큰일난 거죠! 큰일난 겁니다!

 

아아아아아, GG~~~~~~~~!!!

 

완전히 압도적인 실력으로... 이영호만이 그 퍼즐을 한 주먹에 맞췄습니다!!!

 

mBC게임은요,

선수들의 열정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다음 시즌에도, 최~~~선을 다하여... 다시 여러분께 인사드릴 것을 약속드리면서... (당시 mBC게임 중계진)

 

지금은 사라진 mBC GAME에서 주관한 마지막 브루드워 MSL (mBC게임 스타리그). ABC마트 MSL 2011.

10년의 짧지 않은 역사,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약속.

그러나,

mBC 플러스미디어의 폐국 강행으로 인하여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다.

 

2000년대에 탄력을 받으며 각각 10여년 동안 급성장해 온 스타크래프트 1 스타리그. 그리고 팀 리그. (스타2로 넘어온 현재는 "프로리그"라는 명칭이 보편적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1세대 e스포츠의 전성기는 2010년대에 진입하면서 그 열정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e스포츠, 승부조작 파문 '회오리'" (OSEN, 2010)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포모스, 2010) "온게임넷 '불법 베팅 관련 공식 입장 발표'" (데일리e스포츠, 2010)

 

팬들은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했으며, 스타리그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10년 역사의 mBC게임 사라지나" (인벤, 2011)

"mBC게임, 음악채널로 바뀐다" (디스이즈게임, 2011)

(이로 인하여 mBC 플러스미디어는 필시 MSL의 공식 VOD를 삭제하였을 것이다.)

"지재권, 스타리그 중계 블리자드와 협상 없었다" (디지털타임스, 2007) "블리자드, 곰TV와 스타2 독점 계약 체결" (뉴시스, 2010) (물론 그래텍은 2015년을 끝으로 e스포츠에서 손을 떼었으며, 현재는 아프리카TV와 SPOTV GAMES에 계약되어 있다.) "12개 프로게임단-한국e스포츠협회, 블리자드에 협상 요구" (OSEN, 2010)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하반기 그리고 2013년 당시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와 "군단의 심장"으로 스타2 스타리그를 두 시즌 주최하였지만,

"2013 옥션 올킬 스타리그" 폐막 이후로 리그 오브 레전드로 주 종목을 변경하면서 온게임넷 역사에서 스타리그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설상가상으로 현 OGN이 구. 온미디어의 CJ E&M 흡수합병과 동시에 

"그 어떤 고별방송도 없이" 홈페이지에서 스타1 스타리그 VOD (다시보기) 를 삭제해 버리면서

1세대 e스포츠 팬들은 분노를 품고 스타리그를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했다.  

 

2015년 한시적으로 부활시킨 스x누 스타1리그, 그리고 최근 주최한 2016 KT 기가 레전드매치 등의 브루드워 이벤트 매치들은 "브루드워 고별"의 의미가 전혀 없다. 중계진들도, OGN도 그러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

요컨대, OGN은 LoL로 넘어오면서 브루드워 고별에 대한 예를 전혀 갖추지 않은 것이다!

(mBC게임은 채널이 아예 문을 닫은 것이지만 브루드워 팬들에게 예를 갖추지는 못하였다. 폐국 직전에  "아듀! mBC GAME" 고별방송을 하였지만, "브루드워 고별"의 의미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 "쇼 리플레이 황당무적" 최종회. 폐국에 대한 해명이지만, 실질적인 사유는 당시 mBC 사장의 독단적인 명령이었다.

 

이러한 홍역을 치르며 대한민국의 e스포츠는 크나큰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정권과 여론의 뭇매까지 맞으면서 국내 e스포츠는 다시금 회복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2015년 겨울, (신발회사) 스x누 사건이 터지면서 e스포츠에 대한 비난 여론은  멈추지 않았다.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게임산업.

 

블리자드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예정대로 2015년 11월 10일 "스타크래프트 2 : 공허의 유산" 을 출시했다.

 

스포츠채널 SPOTV의 모기업 에이클라 엔터테인먼트는 (한 발 앞서서) 2013년 12월 28일 게임채널 SPOTV GAMES를 개국하였고, 넥슨과의 제휴로 넥슨 아레나를 준공하여 방송 스튜디오로 삼았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곰TV의 모기업 그래텍은, 2015년을 끝으로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 (GSL) 에서 손을 떼고, GSL과 당사 스튜디오 (삼성동 GOMexp 스튜디오) 를 아프리카TV에게 넘겨주었다.

 

아프리카TV는 스튜디오 이름을 "FreecUp 스튜디오"로 변경하고, 2015년 10월에 브루드워로 진행되는 스타크래프트1 스타리그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e스포츠는 새로운 둥지에서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의 향수를 품고 있는 한 명의 팬.

이제 그의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변화의 날갯짓.

다시 타오르는 열정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eSPORTS, RISE AGAIN -

 

1부

"e스포츠" 에서 "e컬쳐" 로

 

 

 

 

 

 

 

 

 

[내레이션 : 샤인캐스터 크로우]

 

아프리카TV에서 브루드워로 진행하는

스타리그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으로 시청하기 시작한

반트36.5 대국민 스타리그.

그 대망의 결승전 일정이 발표되었다.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오후 5시.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크로우 : "스튜디오에서 결승전을 치른다고 해서 조금 놀랐어요. 음... 그 당시에는, 그...뭐랄까요. 뚜렷한 팬심이라고나 할까요. 전 / 현역 선수들 통털어서, 좋아(?)하고... (웃음) 네. 응원하는, 그런 선수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브루드워) 주 종족이 프로토스여서, 김택용 선수를 조금 응원하긴 했어요. 좀 늦은 감이 많지만요... 허허허~

아무튼, 그런 느낌이라서... 속으로 이런 생각 했어요. 아무리 결승전이라 해도 그렇지, 야외에서 안 하고 스튜디오에서? 뭐하러 [귀찮게] 직접 가서 봐? 그냥 집에서 치맥 시켜서 보고 말지... (웃음) 네. 그랬어요. 진짜! 그런데 1월 23일 아침이 밝자마자 그 생각이, 180도 뒤집어졌습니다! 하하..."

 

분명히 사람이 많이 모여서

스튜디오가 가득 찰 것이었다!

답이 명백했기 때문에,

정오를 기하여 모든 외출 준비를 마치고,

2호선 열차에 몸을 기대어 삼성역을 향해 달려갔다.

 

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오후 3시.

배가 고팠다. 그리고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폰을 열어 근처 패스트푸드점을 검색했다.

 

크로우 : "그게 결정적 실수였어요! 설마가 아니라, 도착해서 확인해 봤는데, 이미 2시간 전에 좌석이 꽉 차 버렸대요. 선착순 입장이니까. 번호표 끊어서 자리 다 채웠겠죠. 이럴 수가... 앉아서 관람하려고 일찌기 갔는데, 그 순간의 방심 때문에... 결국엔 서서 봤습니다! 그리고 더 아쉬웠던 건, 자리에 앉은 사람만 햄버거와 에너지음료를 무료로 제공받았다는 거에요. 수량이 넉넉하지 못했으니 입석한 사람은 못 먹는게 당연했겠죠."

 

어쨌든 칼을 뽑았으니 자리 탓하면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오후 4시 20분경 아프리카TV의 방송센터, "프릭업 스튜디오"에 당당히 입장했다.

 

 

 

 

 

 

 

크로우 : "속으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시간에도 이미 수많은 브루드워 팬들이 먼저 들어와 있었거든요. 그 당시 상황으로 봤을 때, 아직도 스타리그에 많은 팬들이 직접 와서 응원하는지, 전 솔직히 반신반의였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 준결승전을 생방송으로 봤었는데, 이 정도로 의자가 많지도 않았고, 관객들도, (웃음) 진짜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었단 말이죠! 팬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선수들을 향한 환호성을 그 자리에서 직접! 들으면서, 아, 아직 e스포츠 안 죽었구나! 하고 감탄하고 또 감격스러워했습니다!"

 

 

 

 

 

 

 

 

 

 

크로우 : "TV화면 그리고 인터넷으로만 보던 그 박상현 캐스터님이 제 눈 앞에 계셨어요! 솔직히 말해서, 엠겜 나오실 당시에는 팬이 아니었어요... (웃음) 근데 프리랜서 되시면서부터, 그리고 엠겜 전후로 테켄크래쉬 하시면서부터는 평가가 확 달라졌습니다. 그 특유의 [시작~~~합니다아!!!] 멘트가 유행어로 자리잡으면서부터지요. 하하하하... 그날 이후로 팬이 되었어요. 그 유행어 현장에서 실~컷 들려주셨거든요! 크크크...

그리고 김정우 선수는 솔직히 잘 모르던 사람이었지만, 김택용 선수가 제 눈 앞에 서 있었어요! 뭐랄까, 완~전,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첫 직관을 결심한 게, 마음을 바꿨던 게 사실은 현장에서 김택용 선수 보고 싶어서였어요. 이 결심이, 음... 훗날에 e스포츠에 대한 저의 견해를 180도 바꿔 버릴 거라고는 상상 못 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 견해가 지금은 뒤집어져 있어요. [뭐하러 직접 가서 봐? 집에서 봐야지] 하는 그 생각이요. (웃음)"

 

 

 

 

 

 


크로우 : "엠겜의 그 해설분들도 다 그 자리에 계셨어요! 임성춘, 이승원 해설위원이요. 그때에 중계석은 무대 맞은편 2층에 있었습니다. 제가 서 있던 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타임스탬프 역할을 하는 디지털 시계 위편에 그 [삼총사]들이 등을 돌리고 캐스팅하고 계셨지요. 나중에 자료화면 보면서 설명드릴게요. 하하... 아무튼 그분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는데, 요즘 말대로 [소오름]이 돋더라구요! 엠겜은 사라졌지만, 그 느낌은 프릭업에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

서 있는 환경이 불편했을 뿐더러,

경기 도중 사진을 찍거나 녹화를 하면

안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지레짐작도 있었다.

(나중에 그 우려는 기우임이 밝혀졌다.)

 

김택용의 선전을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가끔씩 환호성을 지르며 경기를 지켜봤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 3:1 김정우 선수의 승리.

지난 OGN 주최의 "스x누 스타리그" 결승전 데자뷰였다.

그 당시에도 조일장 선수가 김택용을 3:0으로 이기고 우승했기 때문.

종족 또한 "프로토스 vs 저그", 똑같았다!

 

 

 

 

 

 

 

 

 

크로우 : "김택용 선수는 나름 그 스x누 스타리그의 한을 풀고 싶었을 텐데, 아쉽게 되었어요.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김정우 선수에게 쏟아졌죠. 지난 스x누 스타리그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박상현 캐스터님도 그 대목을 익살스럽게 언급하셨었구요. 하지만 팬들은 와신상담하며 연습하고 노력하여 브루드워 스타리그에 다시 참가하고, 우승까지 달성한 김정우를 아낌없이 환호해 주었습니다. 진정한 e스포츠 팬들은, 너그럽습니다. (웃음)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 [삼총사] 분들의 마무리 멘트를 듣는데, 속에서 찡- 한 기분이랄까요. 좀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헤어질 시간이어서 아쉽다는? 그런 생각? 네. 아련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박상현 캐스터님은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 하시면서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님이

직접 무대에 나오셔서 발표를 진행하셨다.

내용은,

 

* 브루드워로 진행하는 스타리그가

아프리카TV에서 2016년 연중에도 계속될 것

("두 차례" 라고 언급하셨는데,

올 늦여름, 그리고 겨울이 될 듯.)

 

* 프릭업 스튜디오 리모델링

실제로 4월 중에 완료되었으며,

"오픈 부스"를 설치하고 운영해 보겠다는

약속을 지키셨다.

 

* 스타1리그의 글로벌 송출 확대

아프리카TV 글로벌 사이트 /

트위치 및 중국 훠마오TV 제휴

 

* 신작 "오버워치"가 정식 출시되는 대로

"아마추어 육성 오디션" 계획할 예정

 

* 하스스톤 리그 신설

및 새로운 하스스톤 프로게임단 창단

 

* 기존 스x누 프로게임단 (스타2) 인수

"아프리카 프릭스" 라는 이름으로 재창단

 

이러한 공약이었다.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이 약속들 중 이미 실현된 것도 있고,

진행중인 공약도 있다.

 

 

 

 

 

크로우 : "나중에 VOD 돌려봐서 확인한 건데, 메인 카메라가 저를 멀리서나마 잡았더라구요! 저기 저 뒤편에 하얀 휴대폰 들고 녹화하고 있는 사람이 접니다. 하하하... 서수길 대표님 말씀 도중에 잡혔더군요!"

 

 

 

 

 

크로우 : "경품 추첨이란 게 있었대요. 후훗... 물론 이 날은 희박한 확률 탓에 빈손으로 스튜디오를 나왔지만, e스포츠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왜 그렇게 평가하는지는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죠."

 

 

 

 

 

크로우 : "박상현 캐스터님과의, 음... 말하자면 첫 [조우]였어요. 후후후... 그날 제가 아쉬운 마음에 늦게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있었던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엘리베이터를 타러 나가시다가도 팬들의, 그리고 저의(!) 요청에 호응하여 친히 사진을 찍어 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복]했다, 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도... 하하하~ 이 날 이후로 저는 박상현 캐스터님의 진정한 팬이 되었습니다!"

 

 

 

 

 

크로우 : "아, 그리고 이건 김정우 선수의 친필 시그니처에요. [싸인] 이라고도 하죠. 날짜가 10월 15일로 찍혀 있는데 잘못 나온 겁니다. 안드로이드 어플 "인노트"를 활용하면 소위 말하는 [S펜] 없이도 저런 펜글씨를 만들 수 있어요. 사진 같이 찍기가 조금 애매해서 대신 싸인을 부탁했어요.

돌아오는 길에 아, 직관 가기 정말 잘 했다! 약간의 불편은 있었지만 정말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날을 기점으로, e스포츠에 대한 저의 견해와 인식이 바뀌었어요. 전환점이 된 거죠.

중요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웃음)"

 

박상현 캐스터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e스포츠는 팬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는 거라고.

묵직한 사건사고와 여론몰이 탓에 바람 잘 날 없는 e스포츠이지만,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말하자면 (책임이 수반되는) "자유의 날개"를 다시 펼쳐서 더 높이 승천할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의 불씨를 특유의 "샤우팅"과 함께 다시 지펴주신 것이다.

e스포츠는 제 2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2세대, 3세대... 혹은 그 너머의 팬들이 생길 거라고.

 

나 스스로부터 다짐했다. 생각을 바꾸겠노라고.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e스포츠 직관 100일간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크로우 : 대국민 스타리그 결승전이 끝난 지 4일밖에 안 지났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까 "GSL"이라는 스타크래프트 2 개인리그가 또 있는 거에요. 음... 어느 정도는 검색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훓어본 경험이 있어서 대충 어떤 스타리그다, 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죠. 2015년까지는 분명히 "GOM exp" 라는 채널이 주최했던 것으로 기억하구요. 그런데, 아프리카TV 홈페이지에 GSL 로고가 떡하니 그려져 있는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뉴스를 검색해 보았죠.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일이었지만, GSL 은 GOM exp 에서 아프리카TV로 이관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GSL의 새로운 시즌이 이미 시작되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손뼉을 "탁" 쳤죠. "생각을 바꿨으면 곧바로, 실천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겁니다. 당시 직업이 프리랜서라서 평일에도 저녁 시간은 자유로웠거든요.

 

평소에 스타크래프트 2를 방송리그로는 접하지 않았었지만, PC방에서 손 댈 만한 온라인게임이 없으면 가끔씩 사용자 지정 연습게임을 해 보면서 "브루드 워"와 차이점을 비교해 보았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방송 경기를 직접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 진행하던 단계는 "코드 A", 예선전 성격의 경기였고, 60강으로 나누어진 토너먼트에서 6일차 경기였다. 이름을 알고 있는 최정상급 선수는 없었다.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가던 도중 급히 반대편 지하철을 타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프로 스포츠에도 마이너 리그, 2부리그, 낮은 클래스의 컵 대회, 또는 아마추어 리그가 있듯이, 그런 느낌의 경기로 생각하고, 편견 없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직관에 임하였다.

 

 

 

 

 

크로우 : 진짜로, 승패는 신경쓰지 않았어요. 별 의미도 없었구요. 다만 코드 A 또한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패배한 선수는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겠죠. 탈락한 선수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감탄할 만한 플레이가 나오면 소수의 관중들과 함께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보냈었습니다. 왜 '소수의 관중' 이었냐구요? GSL의 코드 A는 코드 S의 하위 토너먼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선을 준비하는 예선전 성격의 토너먼트죠. 물론 진짜 예선전은 비공개로 치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예선에서 승리해야 코드 A부터 시작할 자격을 갖추게 되는 거죠. 

 

 

 

 

경기 중간중간에 가지는 휴식 시간에는, 아프리카TV가 상업 케이블 채널이 아닌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약간의 상업광고 대신, 감미로운 락발라드 내지는 흥겨운 모던 락 음악을 내보내기도 한다. 중계방송 중간중간에 사용되는 BGM도 상당히 일품이었지만, 아예 광고시간을 조금 할당하여 약간 생소할 수도 있는 락 음악을 들려준다. e스포츠가 관객의 귀에도 이렇게 멋진 선물을 안겨 준다.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크로우 : 이번에도 경기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대신에 반가운 얼굴을 포착했습니다. 박상현 캐스터님이 역시 그 자리를 지켜 주고 계셨지요. 두 분의 새로운 해설진들도 눈에 띄었어요. 화면 우측에 계신 그분은 언급하지 않기로 하죠. 이 부분에 대하여는 나중에 그 이유를 다시 분석할 겁니다.

왼쪽에 계신 해설위원의 성함이, 놀라지 마세요. "박진영" 해설위원님 이십니다. 가수 및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대표 박진영씨와는 같은 이름, 완전 다른 인물이랍니다. 그래서 박상현 캐스터님도 소개 멘트를 하실 때 깨알같이 "JYP 박진영 해설위원" 이라고 하시죠. (웃음) 참고로 그 날 JYP 해설위원님을 정면에서 뵈었는데도 인사를 하지 못했어요. 이 부분도 차후에 다시 설명하는 걸로 하죠.

 

그날의 방송이 모두 끝나면 중계진들은 항상 분주하다. 만나뵙기 어렵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잠깐 투자하여 박상현 캐스터님께 인사를 드렸다.

 

크로우 : (웃음) 안녕하세요!

박 : 아, 안녕하세요.

크로우 : 저 기억하시죠? 반트 (스타리그) 결승전 왔었는데... 같이 사진 찍었었어요!

박 : 아, 예. 기억나요.

크로우 : 그날 자리가 없어서, 서서 봤거든요. 오늘 한 번 더 왔어요! 앉아서 보려구요. ㅎㅎ (물론, 이후에도 다루겠지만 "한 번" 더 온 게 아니라 꾸준히 다시 왔다!)

박 : (웃음) "앉아서 보려고"! 하하 재미있게 보다 가요!

 

이번에도 반갑게 맞아 주셨고, 누구인지도 기억해 주셨다! "프로 긍정러"라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선수들이 낯설고, 스타크래프트 2 를 아직 생소하고 어렵게 느끼더라도, 이렇게 친절하신 박상현 캐스터님이 계시니,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선수들은 자주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공허의 유산"도 프로들의 플레이를 계속 지켜보다 보면 무언가를 배우고 느끼게 될 것이다. 직관 못 올 사정이더라도 시간 맞춰서 스마트폰으로 접속만 하면 되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와서 보고 느끼고 즐기면 된다. 국내 프로 스포츠 직관과는 다르게 입장료를 받지도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은 문화생활이 또 있을까?

 

크로우 : 90년대, 2000년대 당시에는 방송국 스튜디오도 작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었죠. 기껏해야 야외 결승전 정도인데, 인파가 워낙 많다보니, 소위 말하는 '얼리버드' 가 아니면 직관은 꿈도 못 꿀거라 생각했었죠.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진통을 겪으면서 스타크래프트 2 리그에 대한 인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스튜디오가 개방되어 있잖아요. 방문하기 편하고 접근성 좋고. 90년대와는 다르게 객석도 충분하고. 꼭 결승전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있어야 직관을 가는 것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한번 내 동공을 불룩 튀어나오게 만드는 예고 자막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2 로 진행하는 개인리그가 하나 더 있다! 느낌상 방송사가 다르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정확히 어떤 방송사이며 스튜디오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스포티비 게임즈" 라는 신생 게임 채널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 저녁에, "넥슨 아레나" 라고 불리우는 스튜디오에서 진행한다는 것을. 

보면 볼수록 새롭고 눈부시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실체들을 하나 하나 발굴해 내는 순간이었다.

 

 

 

 

 

크로우: 대국민 스타리그가 끝난 후로 딱 한달 지나서였지요. 앞서 언급한 '넥슨 아레나' 에서, 개인리그와는 별도로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 라는 종목이 하나 더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네. 2003년부터 시작된 그 프로리그 맞습니다. '브루드 워' 에서 스타 2로 종목을 바꿨을 뿐이죠. 일종의 팀 리그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개인전을 토너먼트로 치루어서 최강자를 가리는 것이 아닌, 각 e스포츠 구단 선수들끼리 매치업 스케줄을 짜서 대진을 만들고, 7전 4선승 또는 5전 3선승을 선취하면서 그날의 매치에서 승리하고, 시즌 중에 모든 매치의 승수를 가장 많이 챙겨야 우승하는 방식.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의 페넌트레이스, 또는 국내외 프로축구의 시즌제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프로리그가 시작하는 시각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6시였다. 여전히 프리랜서였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저녁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매 경기마다 무조건 직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2월 23일 화요일 저녁 6시.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 SPOTV GAMES 의 방송 스튜디오, 넥슨 아레나로 향하였다.

 

 

 

 

 

크로우 : 새로운 중계진을 만났어요. 2~3년 전 즈음에는 mBC GAME 출신의 모 캐스터가 그 자리에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채민준 캐스터님이 자리하고 계셨죠. (왜 "모 캐스터"라고 부르는지는 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SPOTV의 일부 스포츠 중계와 스타 2 프로리그 캐스팅을 겸임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선수 시절에 케이블 채널에서 얼핏 보았던, 고인규 해설위원님께서 화면 왼쪽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오른쪽에 계신 분은, (웃음) 박상현 캐스터님께서 농담으로 개명하기 전 이름을 가끔씩 언급하세요. mBC GAME 당시에 '유병준' 해설위원으로 잘 알려져 있던 그분입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명을 하셨다고 해요. 바로 '유대현' 해설위원님이십니다.

이날 '유채꽃' 이라는 애칭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경기 시작 직전에 팬들이 외치는 구호, 'OOO 하나 둘 셋, OOO 파이팅' 잘 아실 겁니다. 그 타이밍에 SPOTV GAMES 중계진들을 좋아하는 팬분들이 가끔씩 외칩니다. '유채꽃 파이팅' 이라구요.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애칭입니다. '유' '채' '고'. '고' 는 순화시켜서 '꽃'. 네이밍 센스가 돋보이는, 팬들의 응원 문화였습니다.

 

 

 

 

 

이날의 매치업은 CJ 엔투스 vs 삼성 갤럭시,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 (구. 스x누) vs KT 롤스터 였다. 아직 각 게임단의 성격과 소속 선수들을 잘 몰랐기에, 적당한 좌석에 앉아서 편견 없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하였다. 다만 확실하게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어두운 과거를 담고 있는 CJ와, 스폰서가 문제를 일으켜서 아프리카TV가 인수한 프릭스 팀은 전력상 명백한 "열세" 였다는 점이다.

 

크로우 : 프릭업 스튜디오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경기 진행 도중 PC 또는 주변기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선수 개인이 게임 진행에 심각한 불편을 느낄 정도로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채팅창에 'pp'를 입력하고 심판에게 경기 중단을 요청할 수 있죠. 컴퓨터 재부팅 없이 문제가 해결되면 옵저버와 심판이 게임을 속개하지만, 그게 불가능할 경우에는 중계진들이 관중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제의 PC를 재부팅시킵니다. 브루드 워 스타리그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죠. 멀티 플레이를 하던 도중에는 강제로 세이브를 해도 고스란히 불러오기를 할 수 없었거든요. 스타크래프트 2는 그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방송사의 긴급상황 대처가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왜 프릭업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pp'가 넥슨 아레나에서는 자주 발생하는지, 흠... 그 이유는 저도 알 수 없어요. 해당 방송국 관계자가 아닌 이상.

 

 

 

 

크로우 : 전 스타1 프로게이머가 삼성 갤럭시 코치로 활약하는 모습이네요. 이 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 또한 나중에 다시 짚어드리죠.

 

 

 

 

 

넥슨 아레나의 아나운서 / 스태프 대기실 근처에 가 보면, 축구장의 "믹스트 존 (Mixed Zone)" 과 비슷하게 승리팀의 MVP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는 곳이 있다. 프로리그에서만 사용하며, 스포티비의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 에서는 다른 장소에 세트를 만들어 인터뷰한다. MVP 인터뷰는 고인규 해설위원님께서 수고해 주신다. 

 

 

 

 

 

크로우 : 전력 분석과 대진 안내 및 경기 결과 리뷰를 담당해 주시는 이현경 아나운서님이십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그 분을 뵈었을 때는 '왜 그 자리에 있지? 스포츠채널 소속의 여자 아나운서처럼 분량 차지하려고 서 있나?' 하는 생각에 따가운 시선을 보냈었지요. '게임방송에 왜 굳이 저런 요소가 있어야 해?' 라고 비꼬면서 말이죠.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게도 잠시 동안 그러한 편견이 자리잡게 된 배경이 있고, 쓰라린 사연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하여는 나중에... 나중에 자세히 알려 드리죠...

 

민감한 내용을 짚은 모양이다. 크로우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운 무언가가 그의 마음 속을 이미 신랄하게 할퀴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애써 차오르는 울음을 억누르며 크로우는 설명을 계속한다.

크로우 :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아, 죄송합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죄송합니다. 계속하죠. (금세 눈이 부어 있다.)

그날의 두 번째 매치업이었죠. 아프리카 vs KT 의 대결이 5세트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세트는 브루드 워 때부터 이어진 전통대로, '에이스 결정전' 을 진행합니다. 화면 좌우측의 'ACE' 라는 이니셜이 선명하죠? 스포티비 게임즈에서는 에이스 결정전이 확정되면, 심판들이 먼저 움직여서 양 팀의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확인합니다. 에이스가 확정되면, 무대 위로 두 명의 에이스가 올라오고 조명이 잠시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채민준 캐스터님의 박력 있는 소개,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할 선수를, 여러분께, 공개하겠습니다!' 와 동시에, 두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에이스들을 비추며 얼굴을 공개합니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TV 또는 인터넷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죠. 가끔씩은, 앞의 네 개의 매치들 중 하나에서 맞붙었던 두 선수가 다시 나와서 재경기를 치르는, 소위 '리매치' 내지는 '리벤지 매치' 가 성사되기도 합니다.

 

 

 

 

 

크로우 : 경기 장면을 하나 보시죠. 인터넷 생중계 플랫폼의 댓글을 보다 보면, '주작이다 (승부 조작이다)' '프로게이머 맞냐' '저런 플레이는 나도 한다' 라는 악플이 쓰여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화면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이러한 '불굴의 투지'를 선수들이 가지고 있고, 매 순간순간 최고의 플레이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프로' 라고 불리울 수 있지 않나, 전 그렇게 생각해요.

프릭스 소속 한이석 선수의 투지였어요. 경기 전반적인 내용은 전태양 선수가 훨씬 더 앞서갔지만, 거의 모든 병력을 잃고 테란의 주요 건물들이 폭파되려 하는 시점에서, 어떻게든 역전해 보겠다는, 어떻게든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 보겠다는 '프로 정신' 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2 대회에서 각종 승부조작 사건들이 암암리에 일어났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게임 플레이를 전부 다 그런 관점으로 해석하고, 조금만 실수가 나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한다고 해서, 팬들은 '저건 승부조작이다' 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사실 관계가 확인되거나, 명백히 티가 나는 어뷰징 (Abusing) 행위라면 그것은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근데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를 그렇게 싸잡아서 판단한다? 이건 문제가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날, 삼성 갤럭시는 CJ 엔투스를 3:1로 이겼고, KT 롤스터는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였다.

시즌 초반이었기 때문에 7개 게임단의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시즌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저 순위표의 꼭대기에 어느 팀이 자리잡을 것인지가 최대의 이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크로우 : 이때가 3월 9일이었네요. 2016 GSL 시즌 1은 이미 "코드 S 32강" 토너먼트에 돌입한 상태였죠. 32강 G조의 경기를 시간 내서 보러 갔었습니다. SK텔레콤 T1 소속의 박령우 선수가 눈에 띄었죠. 프로리그 처음 직관갔던 날 '병영 (배럭스) 띄우기' 투혼을 보여줬던 한이석 선수도 출전했구요. 우측 하단에 있는 CJ엔투스 소속 정우용 선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그날 경기에 불참했다고 발표되었으나, 나중에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 밝혀졌습니다.

 

장소를 찾기가 조금 어려웠던 넥슨 아레나와는 다르게, 프릭업 스튜디오는 크로우에게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 이 날은 e스포츠에서 '치어풀'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는 날이었으며, SPOTV GAMES 의 유대현 해설위원님과 새로운 친분을 갖게 되는 날이기도 했다.

 

 

 

 

 

크로우 : 중계진들이 원래는 객석 바로 뒤편에서 중계하셨었는데, 이번엔 저 위로 올라가 있죠? '대국민 스타리그 결승전' 당시의 중계진 위치와 똑같습니다. '타임스탬프 역할을 하는 디지털 시계 위편' 에 세트가 있었지요. 객석에서 뒤를 돌아 눈을 위로 치켜뜨면 보입니다. 메인 스크린을 잘 보시면 위치를 대강 파악하실 수 있을 거에요. '타임 스탬프' 는 나중에 자료화면을 따로 보여 드릴 겁니다.

 

 

 

 

 

크로우 :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당시에는 '스타2게더' 라고 하는 스타크래프트 2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프릭업 스튜디오의 비공개 세트에서 GSL이 끝난 후 진행되었지요. 그 프로의 게스트를 안내하는 자막입니다.

맨 왼쪽에 '유대현' 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시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원래 유대현 해설위원님은 SPOTV GAMES 에서 방송되는 스타2 예능 프로그램 '모두의 유채꽃' 에서 벌칙 수행자로 당첨되셔서... (웃음) 이날 객석에서 GSL 직관을 하고 계셨던 겁니다. 아프리카TV 제작진과 금세 협의를 마치신 것 같아요.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겸사겸사' 예능까지 출연하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e스포츠에 대한 아낌없는 열정에... (웃음) 감동... 받았어요... 아, 근데 좀 웃기네요. ㅋㅋㅋㅋ

 

 

 

 

 

 

GSL 의 '더블 엘리미네이션' (매치 1 - 매치 2 - 승자전 - 패자전 - 최종전) 방식에 따라 매치 1부터 시작되었다. 대진은 박령우 vs 한이석. 1세트의 모습인데, 맵은 '어스름 탑'이라고 한다.

특정 제작자 또는 방송사 해설위원이 전용 맵을 제작해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던 브루드 워 스타리그와는 다르게, 멀티 플레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래더 맵을 밸런스만 조정하여 그대로 공식화한다. 또한 GSL에 한하여, 'GSL 라크쉬르' , 'GSL 하늘방패' 와 같은, 방송사가 독점적으로 임의 제작하여 공식화하는 맵도 소수 존재한다.

 

 

 

 

 

크로우 : (얼굴이 다시금 상기되어 있다)

네. 다시 나오네요. (고개를 들지 못한다)

네. GSL에서 이벤트 안내, 전력 분석, 대진 안내, 승자 인터뷰를 담당해 주시는 문규리 아나운서님이십니다. 굳이 두 번 설명 안 해도 되겠죠? 제가 왜 이러는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친다)

그냥... 편견이었어요. 네. 제 편견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눈엣가시일 정도로... 흘겨봤었죠... 경멸하였고...... (참회의 눈물 속에서 말을 잇지 못한다)

 

크로우는 또 다시 비통함에 잠겨 카메라를 피했다. 무언가가 있다. 그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아닐까? 그 당시에 '여자 아나운서'에 대한 크로우의 시선이 곱지 못했던 건,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무거운 죄책감 탓에 목이 메었는지 생수 한 병을 청하였다.

 

 

 

 

 

앞서 한이석을 2:0으로 이긴 박령우 선수는 KT 롤스터 소속의 황강호 선수와 승자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선수 한 명이 기권하였기 때문에 패자전은 없었으며, 이 경기의 패자가 최종전으로 강등되었다. 결국 박령우 선수는 최종 스코어 2:0으로 승리하면서 코드 S 16강에 진출하였다.

 

 

 

 

 

 

 

 

크로우 : 아... (웃음을 참지 못한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나죠? 네... 죄송합니다.

박령우 선수가 16강행을 확정지으면서 아이디가 쓰여진 이름표를 무대 위의 대진표에 붙이고, 승자 인터뷰를 하러 객석 왼쪽의 세트로 향하죠. 그 때 잠깐 카메라가 유대현... (웃음) 해설위원님을 포착합니다. 반응이... ㅋㅋㅋㅋ 기가 막혔죠. 요즘말로 '리액션' 이라고 하는 거죠? ㅋㅋㅋ '내가 다 지켜보고 있다' '나 여기 객석 안에 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웃느라 잠시 맥이 끊어졌다) 근데요... 박상현 캐스터님이 더 웃겼어요. 그때 뭐라고 하셨더라? '유병준 해설위원은 아닌데 (!), 어... 조금 비슷하게 생긴 그분 말이죠' 라고 하셨던 것으로...... (웃음) 기억합니다. ㅋㅋㅋㅋ

 

 

 

 

 

문규리 아나운서가 승자 박령우 선수를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크로우는 손사래를 친다. 다음 장면을 원하는 것 같다. 흥을 깨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크로우의 행동은 여자 아나운서가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차후에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앞전에 GSL 코드 A 직관하는 부분에서 '(휴식 시간에) 약간의 상업광고 대신, 감미로운 락발라드 내지는 흥겨운 모던 락 음악을 내보내기도 한다' 라고 언급했을 것이다.

GSL 제작진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 타이밍을 아예 '코너 속의 코너' 로 만들었다!

문규리 아나운서가 로큰롤 라디오 (?) DJ를 맡아 진행하는 '문규리의 달이 빛나는 밤에' 다.

mBC 라디오 (FM 95.9MHz) 에서 매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를 패러디한 타이틀.

이날에는 '드림 시어터'의 약간 그로테스크한 모던 락이 흘러 나왔다.

 

 

 

 

 

최종전 대진은 황강호 vs 한이석 으로 결정되었다. 1세트 '세라스 폐허' 에서는 장기전 끝에 한이석 선수가 경기력과 감각을 되살리며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어스름 탑에서 2세트를 맞이하는 두 선수. 이 때 크로우는 머릿속에 무언가 영감이 떠올랐는지 황급히 로비 쪽으로 향하였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아프리카TV 로고가 그려진 종이와 보드마커 펜. 선수 또는 중계진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치어풀'을 써서 중계 카메라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크로우 : 음... 그냥 용기가 생겼어요. 이 부분도 저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계기라고 볼 수 있지요. '뭐하러 저런 거 귀찮게 쓰고 그러냐? 댓글충 (악플러) 들이 난리 버거지를 칠 텐데...' 하는 생각 말이죠.

근데요. 그런 '버러지'들 신경쓰고 그러면 거기에서 방청하는 거 자체도 아예 못 했을걸요? 가끔씩 방송 카메라가 제 얼굴을 잡는데, 그런 경우에도 악플러들이 가만히 있겠냐는 거죠. 그 '정신병자' 들은 키보드 워리어일 뿐이에요. 물고 뜯고 할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죠. 제정신 아니라는 거에요. 근데 그런 거 하나하나 과민하게 예상하고 대응하고 그러면 어떻게 게임방송 방청을 자신있게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깼어요.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 뭐라도 써서 내 의견을 방송에 내보내 보자' 라고 마음을 다잡고 치어풀을 만들려고 달려나간 거죠.

 

그 결과, 아주 재미있는 결과물이 아프리카TV 카메라에 잡혔다!

 

 

 

 

 

박상현 캐스터 (이하 '박') : ...... 이거 뭐죠? 뭐라고 쓴 거죠? (식은땀)

해설 : 스틸 얼라이브... 이거 한이석 선수한테 '너 아직 살아 있니?' 하고 질문하는 겁니다.

 

(부정적으로 비꼬는 의미가 아니다! 무기력하던 한이석 선수가 갑자기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여 주었기 때문에, 그의 ID 를 빗대어서 언어 유희를 만든 것일 뿐.)

 

 

 

 

 

 

 

 

해설 :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을 참지 못한다)

박 : 어, 지금 나왔죠? 아냐, 그거 하지 마라. 노잼이다.

해설 : 핵노잼...

박 : 핵노잼이다! 절대 하지 마라! 하면 절대 안 된다!

(웃음) 네. 뭐 이런 뜻이겠죠?

 

(진짜로 재미 없어서 그런 게 아닐 거다! 중계진들이 보기에는 조금 뜬금없어 보였고,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유대현 해설위원님도 아예 재미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못 알아봐서' '보편적이지 못해서' 재미없다고 바디랭귀지로 농담을 하셨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크로우는 박상현 캐스터님의 개그가 우스워서 배꼽을 잡았으며,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만, 관중들은 분명히 실소를 참지 못했다!)

 

크로우 : (웃음)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차가운 반응으로 묻힐 줄 알았는데, 박상현 캐스터님과 유대현 해설위원님의 '콤보'로, 적어도 현장에서는 관객들을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고 봅니다. 뭐, 아니라고 하신다면 별 수 없지만요... (웃음)

이 사건을 계기로, 저는 매번 직관을 갈 때마다 '치어풀로 어떤 문구를 적어서 들어 올릴까?' 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었으며,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얼굴 마주치는 것도 낯설었던 유대현 해설위원님과 어느 정도(?) 친해지게 됩니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저의 견해에 있어서 또 하나의 유쾌한 '전환점'이 된 거죠.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황강호 선수가 세트 스코어 2: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다.

본인의 네임태그를 대진표에 터프하게 붙였는데, 접착제가 약해져서인지, 떨어진다. 다시 붙였는데, 또 떨어진다! 객석은 이미 웃음바다가 되었다. 황강호 선수는 아예 자세를 숙이고 앉아서, ID가 적힌 네임태그를 다시금 잘 붙여넣고 인터뷰 장소로 향하였다.

 

 

 

 

 

 

 

아무튼 문규리 아나운서님과의 승자 인터뷰는 순조롭게 마무리하였다.

 

 

 

 

3명이 맞붙어서 2명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였고, 1명은 탈락하였다. 보기 드문 결과였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은, 원래 4명의 선수들이 맞붙어서 '승자전 - 패자전 - 최종전' 방식으로 2명의 진출자를 가려내고, 2명은 탈락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크로우 : 앞서 GSL 코드 A 다룰 때에도 보셨겠지만,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주관하는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 예고 자막입니다.

이쯤에서 하나 짚어 드려야 할 대목이 있죠. 스타리그와 관련 없는 타 게임방송사들은 일단 배제하구요. 왜 GSL 에서 스포티비 게임즈 예고가 나오고, 넥슨 아레나에서 GSL 예고가 나오는지 의아해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딱히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OGN (구. 온게임넷) 이 스타리그를 포기한 상태에서, 블리자드와 계약하고 정식으로 스타리그 진행하는 방송사가 어디입니까? 두 군데밖에 더 있습니까? '제휴 관계' 라고 단정짓기는 좀 뭐하구요. '상생'이라고 봐야겠죠. 스타리그의 부활을 위해 뭉친, 훈훈한 상생.

온게임넷하고 mBC 게임은 왜 그렇게 안 했냐구요? 정확한 건 당사자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그 당시에 두 방송사 사이에는 묘한 '불화설'이 있었다는 것. 그런데 서로 협력하고 '크로스'하려 들겠냐 이거죠.

자막에 'LOSER'S BRACKET 4R / 3월 10일 (목) 18:00' 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스포티비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는 토너먼트 진행 방식이 조금 복잡합니다. 4강 패자전이라는 뜻인데, 잠시 후 대진표 영상 보면서 설명해 드리죠.

첫 번째 대진이 '변현우 (T) ByuN vs 김대엽 (P) Stats' 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를 처음 직관한 경기가 바로 이 경기입니다. 이 날 직관을 계기로 저는 변현우 선수와 김대엽 선수의 '슈퍼 플레이'에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요. 이 대회가 아닌 GSL 시즌 2에, 그리고 크로스 파이널 시즌 1에, 이 두 선수는 각각 2016년의 한 획을 긋는 커리어, '우승 트로피'라는 영예를 거머쥐게 됩니다. '크게 될 그릇' 이었다는 거죠.

자, 그러면 통칭 'SSL' 이라고도 불리우는,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 첫 직관의 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갑자기 리포터처럼 말하는 크로우. 예능감이 충분하다.)

 

 

 

 

크로우 : GSL 코드 A 그리고 코드 S 직관하던 날 얻은 정보에요. 스포티비에서 주관하는 스타2 스타리그가 있다는 거. 프로리그도 가봤는데 못할 게 뭐 있겠어요? GSL만큼 인지도 높은 리그는 아닌 거 같았습니다만, "스타리그가 하나 더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되는 거죠. 그래서 목요일 저녁 시간을 비웠어요. 습관대로...

 

이번에는 "넥슨 아레나" 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금색 또는 갈색의 테마를 강조한 "2016 Starleague" 로고가 곳곳에 수놓아져 있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객석 왼쪽에 별도의 세트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딱 봐도 승자 인터뷰를 위한 자리였다. 인터뷰 세트의 위치가 프로리그와는 다르다. 그 곳에서는 이현경 아나운서님께서 리허설을 하시기도 하였다.

 

크로우 : (고개를 들지 못하며) ......

그저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 감정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제대로 하기로 하죠.

팬들 사이에서는 '행갱'이라는 애칭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행갱님의 그간 노고와 헌신을 생각하면... 저는 색안경을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다시 눈물을 보인다)

죄송합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죠.

 

 

 

 

 

크로우 : (목청을 가다듬으며)

괜찮아요. 다음 이야기를 해 볼까요?

채민준 캐스터님이 안 계셔서 의아해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프로리그에서만 뵐 수 있다고 합니다. 서경환 캐스터님께서 자리해 주셨네요. 원래 쇼핑호스트, 그러니까 TV 홈쇼핑 관련 일을 하시는데, 프리랜서 자격으로 종종 스타리그에 오셔서 캐스팅하신다고 하네요. 팬들은 '거신 캐스터', 약칭으로 '거캐'라고 부르더군요. 처음 뵈었을 때에는 낯설고 적응이 안 되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중계해 주셔서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고인규, 유대현 해설위원님은 그대로 계십니다.

 

 

 

 

 

프로리그와는 다른 점이 있다.

프로리그를 할 때에는 메인 스크린 및 경기 중 옵저버 화면을 중앙 스크린으로 맞추고, 양 팀 선수들의 부스 내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 화면을 양 사이드에 비춘다.

반면에 스포티비 스타크래프트 2 스타리그 (이하 'SSL') 에서는 중앙 스크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양 사이드의 스크린을 사용하여 전력을 분석하고, 맵 정보를 알려주고, 부스 내 선수들을 비추고, 경기 화면을 보여준다. 이현경 아나운서님께서 리포팅하는 시점에도 양 사이드의 스크린이 사용된다.

'팀 리그'보다는 '개인 리그'라는 특성에 맞춰서 잡은 일종의 컨셉트인 것 같다. 격투기 대회에서 'Left Side' 와 'Right Side'를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다.

 

 

 

 

 

 

 

 

 

 

SSL의 토너먼트 방식이 복잡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승자조 토너먼트와 패자조 토너먼트가 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초심자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방식이다. 확실한 것은, GSL보다 토너먼트 규모가 다소 크게 느껴진다는 것. 승자조의 결승전 승자와, 패자조 결승전 승자가, 이른바 '그랜드 파이널'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크로우 : 둘 다 생소한 선수들이었어요. 게다가 변현우 선수는 (이 시점에서) 해외 e스포츠 구단 X-Team 소속이었으며, 토너먼트 내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테란' 유저였습니다. 물론 변현우 선수의 팬들은 그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멋진 승리를 가져오기를 바라고 있었지요.

한 가지를 빼먹은 거 같네요. 지금 설명드리죠.

객석의 구조는 프로리그와 똑같습니다. 무대와 가까운 이른바 '프리미엄 존' 기준으로, 두 개의 분단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선수가 위치한 부스 기준으로 응원석이 두 패로 갈라지죠. 프로리그에서는 팀 기준으로 갈라지구요.

가령, 이 순간에 변현우 선수를 응원하는 객석에 앉아서 '김대엽 파이팅'을 외치면 실례가 된다는 겁니다.

프리미엄 존 뒤편에 있는 좌석과, 그 위에 마련된 좌석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물리적으로 갈라져 있지는 않지만, 팬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편가르기' 를 하겠죠.

 

 

 

 

 

크로우 : 방금 전에 설명드린 대로입니다.

서경환 캐스터님, 그리고 고인규, 유대현 해설위원님께서 자리해 주셨어요.

 

 

 

 

크로우 : 두 선수가 부스 안에서 경기 시작 전 몸을 푸는 모습입니다.

 

 

 

 

 

SSL 만의 특이한 '스타트업'이다. 해당 세트의 맵 구석구석을 확대한 CG, 그리고 맵 전경이 특유의 BGM과 함께 영상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두 선수의 매치업이 강조되면서 옵저버의 화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날 변현우 vs 김대엽 매치의 첫 세트 '전장'은 '궤도 조선소'였다.

 

 

 

 

 

화면상에 맵 이름은 영문으로 표기된다. 옵저버의 스타크래프트 2 클라이언트도 영문 버전이다. 블리자드 측에서 강제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동시송출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분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프로리그 및 GSL도 마찬가지. 그리고 프릭업 스튜디오와 넥슨 아레나에서는 항상 글로벌 중계 전담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만나볼 수 있다. 외국인이다!

 

 

 

 

 

 

이른바 '스카이 토스'의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밸런스가 꾸준히 재조정되고는 있지만, 브루드 워에 비하여 형편없는 성능과 유리맷집 때문에 '우주깡통' 으로 놀림받는 우주모함 (캐리어) 도, 장거리 신나게 두들길 수 있는 폭풍함과 선봉에 세울 수 있는 집정관 (아칸) 을 대동하면, 이렇게 강력해진다. 메카닉으로 어떻게든 맞서 보려 했던 변현우 선수의 2세트 패배였다.

 

 

 

 

 

크로우 : 광고 시간에는 중앙의 메인 스크린을 다시 사용하네요.

그 때가 오버워치 출시 2개월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블리자드가 새로운 IP로 재미를 보려고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더군요. 결국 지금 (2016년 11월) 에 와서는 스타리그가 한 발 물러나고, 오버워치가 대세로 등극한 구도가 되었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참 씁쓸하기도 하네요. 

 

 

 

 

 

 

 

3세트 김대엽 선수의 승리로 세트 스코어 1:2. 5전 3선승제이기 때문에 변현우 선수는 이번 4세트에서 패배하면 탈락이었다. KT 롤스터의 팬들은 신바람이 나서 압도적인 샤우팅 응원을 이어나갔다. 4세트의 전장은 '세라스 폐허'였다. (Ruins of Seras)

 

 

 

 

 

 

 

 

크로우 : 공중 유닛 해방선과 바이오닉 (해병, 불곰) 으로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어 냈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는 주 종족이 프로토스입니다만, 테란의 플레이를 '직접' 보면서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고 감동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브루드 워 스타리그 당시에 잘 나가던 테란 유저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등) 들의 슈퍼 플레이를 TV로 본 적이 없어요. 아니, 스타리그 자체를 편안하게 시청할 수가 없었어요. 직관은 택도 없었구요.

1세대 e스포츠 전성기 당시에, 저는 중고등학생 이었고, 부모님의... 그 말하자면 '지배'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문화생활을 접하지 못하도록, 금기시하도록... '탄압'을 받고 자랐습니다.

이 부분도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 차후에 설명드리기로 하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기적. 변현우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4세트 승리. 변현우의 팬들 또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무언의 경고를 KT 팬들에게 보냈다. '우렁찬 함성'으로.

마지막 5세트의 전장은 '울레나' (Ulrena). 특이한 맵 구조 덕분에 도박성 전략, 소위 '올인' 빌드가 자주 나오는 맵이다. (밸런스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는지 이후 시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크로우 : 사도 (Adept), 예언자, 폭풍함의 타임 어택으로 김대엽 선수가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해요. (머리를 긁적이며) 일부러 왜곡하는 게 아니라 이 경기는 진짜 기억이 안 나요. 그 3개의 혹은 그 이상의 유닛을 어떻게 활용해서 변현우 선수를 이겼는지.

한 가지 유의할 게 있어요. 울레나에서는 상대방 스타팅 포인트와의 직선 거리가 매우 가깝습니다. 무언가를 재빠르게 생산해서, 소규모 분대로 견제하고 드랍하고, 나아가 치고 빠지는 '딜' (Deal) 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김대엽 선수도 정석적인 플레이가 아니라 그런 요령으로 마지막 승부에서 승리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자, 여기서 중요한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도 아니고, 팬들의 반응도 아니며, 중계진들의 입담도 아닙니다. 어떤 순간일까요?

 

 

 

 

 

 

 

크로우 : 나중에 VOD 모니터링해서 찾아냈습니다만, 제 얼굴이 고스란히 잡혔다는 겁니다!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도 아닌 케이블 / IPTV 채널에!

정확하게 5세트 중에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2세트 중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뭐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때쯤 잡혔을 거 같네요.

변현우 선수의 확장기지 사령부 (커맨드 센터) 를 한 개라도 더 지켜야 했던 상황에서, 김대엽 선수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사령부 하나가 파괴되었을 때, 변현우 선수의 팬들이 탄식 섞인 아우성을 질렀는데, 그 타이밍에 (웃음) 찍힌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여기가 아니었나? 언제였지?? ...... 맞는 거 같은데...

리액션이 별로 좋지는 못했습니다. (웃음) 치어풀은 괜찮지만 얼굴이 나오면, 좀 그렇죠? 신변 노출의 위험도 있구요. 그걸 의식해서 그런 듯합니다. 이 다큐에 왜 그걸 또 공개하냐구요? (웃음) 이젠 상관 없어요. 이미 소문 다 퍼졌는데요 뭐...

이날 이후로 SPOTV GAMES 에서는 제가 치어풀을 들면서 얼굴을 조금씩 비추려 해도, 일부러 얼굴이 안 나오게 피합니다. 카메라 앵글을 딱 치어풀만 나오게 맞춰요. 담당 PD님이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 부르던 동요 중에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딱 기억나네요. (웃음) 이날, 2016년 3월 10일에 저는 그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하하.

 

 

 

 

 

 

 

 

 

 

 

세트 스코어 2:3. 김대엽 선수의 승리. 차후에 다루겠지만, 이 선수는 그랜드 파이널 (SSL 시즌1 결승전) 에 진출하여 박령우 선수와 자웅을 겨루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객석 좌측에 마련된 세트에서 승자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크로우 : (눈을 피하며) 화면 안 보고 설명해도 되겠죠? 아 나 또 울거 같아서...... (잠시 침묵)

네. 김대엽 선수의 재발견이었죠. 프로리그 몇 차례 직관하면서 '아, KT 롤스터는 강팀이구나. 주성욱 선수와 전태양 선수가 탁월하구나' 정도는 눈치챘습니다만, 제가 모르던 은둔고수가 한 명 더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경기는 이후에 제가 KT 롤스터 라는 e스포츠 팀의 팬이 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요.

(표정이 어두워진다) 5개 구단 해체, 그 얘기는 아직 하지 않기로 해요. 할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변현우 선수, 잘 모르던 선수였지만, 이날 이후로 팬이 되었습니다. 소속 팀이 없어서 연습하는 거 자체가 매우 어렵겠죠. 그런데도 소속 팀이 있는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룹니다. 기복이 심하지도 않고, 누가 봐도 은둔고수에요. 팬들이 감동받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2011년에 해외 대회에서 '고의 패배' 를 한 적이 있다고 해요. 그냥 '고의 패배'라고 하죠. 금품이 오갔던 승부 조작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니까. 어두운 과거가 있었지만, 분명히 영구 제명을 당하지는 않으셨고, 끝 없는 노력과 투지로 방송 리그에 복귀하신 거죠. 그의 팬들은 자비롭게도 그 뼈아픈 '주홍글씨'를 잊어 주고 용서해 준 모양입니다. 그날 많은 팬들이 그의 패배를 진심으로 아쉬워했었으니까요.

그리고, 변현우 선수는 훗날에 더 화려하고 더 멋진 커리어를 한 획 긋게 됩니다. '개인리그 우승' 이라는 타이틀이죠.

이 부분에 대하여는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날의 두 번째 매치업이었다. 데드 픽셀즈 소속 (훗날 아프리카 프릭스 입단) 조지현 선수와 CJ 엔투스 소속 신희범 선수의 대결.

팬심은 없었지만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4세트 맵에 적혀 있는 '프리온 단구' (Prion Terraces) 도 재미있는 전장이다. 전반적인 테마는 프로토스의 아이어 행성을 떠올리게 하지만, 세 종족 중에선 저그가 유리한 전장이라고 한다. 단,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실력은 전장의 밸런스 붕괴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아주 가끔씩...

 

 

 

 

 

세트 스코어 2:1. 4세트 프리온 단구에서 조지현 선수가 승리하기 직전의 순간이다. 아까 말했듯이, 저그가 100% 유리한 전장은 아니다. 조지현 선수의 실력으로 모든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다.

 

 

 

 

 

 

 

조지현 선수가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한 다음 승자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크로우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이날의 매치 결과와 다음 매치 일정을 알려주고 있다.

 

 

 

 

이현경 아나운서님께서 아프리카TV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GSL 일정을 안내해 주고 계신다. 바로 다음날, 금요일 저녁에 GSL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다뤘듯이, 아프리카TV 와 SPOTV GAMES 는 스타크래프트 2 종목에 있어서 '상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SSL 이 끝나면 30분의 준비 시간을 가진 후에, 바로 이어서 '모두의 유채꽃' 이라고 하는 스타2 예능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공허의 유채꽃' 이 프로그램 초창기 제목이었다고 하며, 서버(?)가 다운되는 방송 사고 때문에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비공개로 진행하여 방청할 수 없는 '스타2게더' 와는 다르게, 방청이 가능하다! SSL 직관하는 날은, 더불어 모두의 유채꽃 직관하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모두의 유채꽃'에 대하여는 후속편에서 다룰 예정)

프로리그 다룰 때 설명한 바 있다. 유대현, 채민준, 고인규 이 세 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애칭, 그 '유채꽃' 맞다! 채민준 캐스터님은 이 시간에 맞춰서 넥슨 아레나에 등장하신다!

 

 

 

 

 

크로우 :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전~부 다 '시작'에 불과해요.

2000년대에는 자유를 억압받던 때라서 그렇다치죠.

다 끝나버린 줄만 알았었죠.

스타 2로 진행하는 리그는

전부 다 '그들만의 리그' 라고 생각했었죠.

천만에. 아프리카 TV에서 부활시킨 브루드워 스타리그 결승전 한번 구경왔다가, 그런 모든 착각과 편견들이 단숨에 뒤집혀 버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게임은 사회악' '마약' '범죄' 라고 낙인 찍어버리는

타락한 정부와 정당,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외칠 겁니다.

'게임은 양날의 검일 뿐'이라고.

그리고 순기능만 놓고 봤을 때에는

명백한 문화생활이라고.

 

아, 한 마디가 빠졌네요.

'e스포츠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고.

e-Sports 는 e-Culture 라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21세기의 새로운 문화 생활이라고.

 

 

 

Ending BGM

SECRETS - Rise Up

(SSL 2016 Season 1 Opening)

 

 

- 2부 예고 -

 

"게임이라는 문화는,

제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세포]다"

 

브루드 워를 뛰어넘어

스타크래프트 2에 적응하다

 

"밥 먹듯이 직관 가는 거죠. 밥 먹듯이"

"현실은... 뭐 그렇죠 사는게. 어렵죠." 

"어려울 때일수록, 새로운 성장동력을

공급해 주는 근원이 바로 e스포츠다"

 

e스포츠가 팬들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선물, 새로운 성장동력!

 

Shinecast™ 창사 12주년 특별기획

eSports, Rise Again

2부 : Game is MY LIFE

 

Coming 2020 

 

 

 

Credits

 

 

내레이션 크로우 (크로우브루스트)

 

카메라 MadEye_M

세트 Ryook

조명 Tarsus

대본 이세하

인코딩 이치타카

CG OROCHI

VFX NOCT

특수효과 제뉴미트

의상 adidas

메이크업 Voskonovitch

음악 SonyMusic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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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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