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원에서의 녹화와는 달리 주변이 많이 조용하다. 스태프들의 표정도 많이 차분해져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느슨해져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
파티션 격리를 철저히 해 놓았고,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없다.
최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사내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담당 PD와 크로우 두 명이 세트 위에 앉아 있었다.
슬레이트가 "탁"하고 쳐졌고, 메인 캠코더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PD : 안녕하세요. 이렇게 또 마주앉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크로우 : 안녕하세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스태프들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보냈다.
PD : 네. 오늘은 총 세 개의 파트로 마무리된 "이스포츠 라이즈 어게인"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못다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작 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크로우 : 네. 12월에 마지막 편이 방송될 예정이니까, 6년 8개월이나 걸렸네요. 첫 번째 이유로는 4부작에 담기 버거운 매우 많은 양의 촬영량이 문제였습니다. 실제 직관을 3년에 걸쳐서 했었지만, 대충 한 두장 찍고 마는 그 정도가 아니었거든요. 한 경기 한 경기당 적게는 30컷 많게는 50~60컷의 분량이 나왔기 때문에, 3년 동안의 기록을, 에필로그를 빼고 3편의 분량에 압축해 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내부 회의를 거쳐서 2016년 한 해의 기록만 압축해서 담기로 하고, 나머지 기록들은 차후에 편성될 후속 프로그램 "직관기행"에서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기로 한 것이죠.
PD : 네. 분량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다음으로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크로우 : 음... 저희 내부적 문제입니다만, 사옥을 자주 옮겼고 그때마다 크나큰 진통이 뒤따른 것이 문제였습니다. 서울에서 시작해서 수원, 그리고 아산을 거쳐 평택. 수도권에 있을 때 저희가 문제를 많이 겪었습니다. 주변 소음이 매우 심각한데다가, 하필 인근 주민이 방송국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계속 넣고, 뭐 폭력을 휘두르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휴우, 말도 못했습니다. 특히 수원에서는 폭도들이 들이닥쳐서 방송국 여기저기를 다 때려 부수고 불을 지르고 난리를 쳤었죠.
PD : 아니 무슨 쌍팔년도 세대 언론탄압입니까? 저희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취급을 받는건지... 이건 인권위에 제소하여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말.....어이가 없네요.
크로우 : ........ 세상에는 의외로 정신 나간 사람 꽤 많습니다. 하필 잘못 걸린 거죠. 두 번 다시는 수원시에서 떡 하나 줘도 안 집어 먹을 겁니다. 결국엔, 제 불찰입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크로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PD : 괜찮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다큐멘터리가 순조롭게 제작될 리는 없었겠지요. 그리고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죠?
크로우 : 네. 그렇습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PD : 코로나19. 별 거 아니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제작진 입장에서는 매우 큰 타격이었습니다.
크로우 : 네. 맞습니다. 사내 직원이 총 1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방송사인데, 돌림병처럼 계속 이 사람 확진되고 저 사람 확진되고.... 그런 악순환이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방송국 운영과 프로그램 제작에 큰 차질이 생기는게 저희 Shinecast의 현실입니다. 변명이라고 뭐라 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마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당초 3년 만에 마무리될 게 확실해 보였던 이 다큐멘터리가 결국 6년이 넘는 세월을 거친 것입니다.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작진들은 모두 엄숙해졌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PD : 네. 외부적인 요인들이 하필 복합적으로 맞물려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임직원 모두에게 가시밭길이 되고 만 것인데요. 차마 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네요....
크로우 : 다행스럽게도 올해 겨울에 이 다큐멘터리를 매듭짓게 되었습니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리고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PD : 저 또한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PD : 자, 이제는 주제를 바꿔서, 이번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에게 가져다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크로우 : 네. 그렇습니다. "이스포츠 라이즈 어게인"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침체되었던 이스포츠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와 "스타크래프트 2"라는 종목을 통해서, 2016년에 재부흥한 이스포츠의 현황을 살펴봤구요. 빛과 그림자, 가리워진 부정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짚어 봤었습니다. 저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번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에게 전해 주는 해답은 없다고 봅니다. 대신에 이스포츠 팬들이 그 답을 직접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가 적절한 관심과 사랑이고, 또 어디까지가 집착과 부당한 행동인지는 팬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봅니다.
PD : "열린 결말" 이라는 뜻이겠는데요. 어찌 보면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아닐까요?
크로우 : 맞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당시에는 아예 무관중으로 리그가 계속되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나마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관중 입장을 허용합니다만, 상황이 언제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릅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직접 현장을 찾으시는 것보다는 집에서 경기를 관전하시는 게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PD : 네.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저희가 후속으로 준비한 프로그램 "직관기행"에 대하여 설명해 주시죠.
크로우 : 네. "직관기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가 다녀왔던 이스포츠 직관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한 보따리 한 보따리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그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가 대략 100화 안쪽으로 나올 것 같구요. 이번 4부작 다큐에 담지 못한 일부 내용들도 하나하나 풀어 내겠습니다. 오래된 기록이긴 하지만, "아카이브"라고 생각하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3년 상반기에는 휴식기를 좀 가지려고 하구요.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에 방송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PD : 마지막으로 시청자 분들께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죠.
크로우 : 여러분, 육체적 건강과 심리적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시기 바랍니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전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까지 휩쓸고 있습니다. "이스포츠 얘기하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실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게 썩 좋지는 않습니다.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져야 이스포츠도 그에 맞게 재부흥할 수 있는 것인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하게 스스로를 잘 보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게 여러분을 한 분 한 분 만나뵐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크로우 : 괜찮아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림자는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죠.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PD : 그러면, 그런 그림자들과 마주치면 왜 안 좋은 일들이 생기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크로우는 잠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크로우 : 트라우마가 있어요.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 안 겪어보면 몰라요. 사람이란 게 얼마나 간사한지.
크로우 : 어렸을 때부터 따돌림을 많이 받았어요. 학교에 가는 건 매일매일이 가시밭길이었죠. 배신은 밥 먹듯이 당했구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친구가 다섯 손가락 안쪽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중간에 떨어져 나가거나, 소원해지거나, 혹은 제게서 적으로 돌아선 이들이 몇몇 있었구요.
PD : 이성친구는 없었나요?
크로우 : 연애는 꿈도 못 꿨어요. 좀 친해진다 싶으면 연락 끊고 도망가고 손절하던 게 그때 당시 제 주변 여자들이었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화가 많이 났어요. 밀당 뭐 그런거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진심으로 대하는데 그걸 다 싫어하더군요.
PD :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말이네요?
크로우 : 어린 나이에 뭘 알겠어요? 너무 착하게만 살았으니. 울고불고 하면서도, '그래도 누군가는 내 진심을 알아 주겠지.' 했었거든요. 근데 결론은 진짜 몇 명 빼고 다 가식적인 사람들이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나이를 먹어서도 일단 경계부터 하고 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구요.
PD : e스포츠에 모이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은 몇 없다는 거네요?
크로우 : 싸잡아 말하는 것도 좀 문제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넘어갈 상황들은 아니에요. 인사하면 모른척하고, 말 걸면 바보 취급하고, 툭하면 욕하고, 빈정거리고, 중얼중얼 흉보고, 몸싸움하고, 째려보고. 끔찍하게 싫었어요. 그 상황이.
PD : 좋은 사람 한 두명 있으면, 나머지 여덟 아홉명은 다 나쁜 사람이었겠네요?
크로우 : 그렇게 멍석 말듯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제 눈에 보이는 건 분명합니다. 그림자가 너무 어두워요. 빛을 삼킬 정도로.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크로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크로우 : 사람이 다 싫어지는 기분, 아세요?
PD :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어떤 느낌인지.
크로우 : 여자 아나운서, 여자 팬, 여자 스태프... 다 마찬가지에요. 이유 없이 미워하면 그것도 죄가 되지만..........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 왜. 하필 왜....... 제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거죠? 저는 언제까지 미움만 받고 살아야만 하죠?
PD는 말없이 크로우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위로가 될 테니까.
크로우 : ............ 흑. 나 이러려고 직관 다니는 거 아니잖아요! ....... 2년을 쉬지도 않고 발로 뛰었는데...... 왜 맨날 뒤끝이 이 모양이죠? .......... 왜, e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이딴 말도 안되는....... 트라우마가 망치는 거냐구요.....
크로우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울었다.
스튜디오 안은 어느새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현장에 모인 스태프들 중 눈물을 보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크로우 : ......... 제가, 이상한 거죠? 그렇죠?
PD : 아니오. 그건 아니죠. 크로우님이 일반 사람들하고 조금 다른 건 맞지만, 이상한 건 아닙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PD : 모든 모임이 그러하듯이, e스포츠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내고, 사람이 모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크로우님이 설명해 주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두운 부분, 이건 개선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누군가가 차별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좋은 상황은 아니죠.
크로우는 울분을 삼키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PD : 이제 마칠 시간인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크로우 : ......... 조만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올 겁니다. 그 전까지는 직관을 멈추지 말아야죠. 때가 되면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이 짧았던 순간순간들을 추억하겠죠.
Ending
(Somewhere) Over The Rainbow - Joseph William Morgan (Feat. Shadow Royale)
PD : 자, 먼저 빛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 볼까 합니다. 크로우님이 직관 다니시면서 가장 좋았던 사람 한 명을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크로우 : 음... 당연히 박상현 캐스터님이시겠죠. 특유의 재치 넘치는 중계에 더불어, 팬들을 하나하나 챙겨주시고 인사 나눠 주시는 게 매력 포인트랄까요.
PD : 그렇군요. 그 이외에도 e스포츠를 즐기시면서 사람들과 나눴던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크로우 : 가장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건, 아무래도 외국인 팬 분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직관했던 내용이죠. 그 중에서도 SNS상에서 친구로 맺어진 분이 두 분 있습니다.
크로우 : 첫 번째 분은 경기 종료 후 저와 로비에서 기념 촬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어떤 경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그리고 나서 SNS 친구를 맺었고, 후일을 기약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PD :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잘 생각이 안날 수도 있겠죠. 네, 그럼 두 번째 분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크로우 : Travis 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3월 26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아이 러브 스타크래프트" 에서 만났었죠. [스타크래프트 : 리마스터] 발표와 브루드 워 레전드 매치, 그리고 GSL 결승전까지 쭉 함께했습니다. 오디토리움 입장을 기다릴 때 제 앞에 줄을 서 있었는데, 제가 용기를 냈죠. 짧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고, 어느 정도는 소통이 되었습니다. 먼저 다가간 덕분에, 거의 반나절을 같이 보낸 셈이죠.
PD : 반나절이면 저녁 식사 정도는 같이 먹었겠네요?
크로우 : 네. 비비고 (bibigo)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지갑의 현금이 다 떨어져서, 밥을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죠. 적어도 제가 먹은 밥값은 냈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PD : 아무튼 좋은 인연이 되었네요. 지금도 연락을 합니까?
크로우 : 음... 조금 뜸해졌습니다. 담벼락에 간단한 인사라도 남겨야 할 거 같네요. 하하.
PD : 외국인 말고 다른 분과의 즐거운 경험은 있었나요?
크로우 : 일부 내국인 관객들과 간단한 이야기 정도는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불쾌한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PD : 그렇군요. 지금 화면에 있는 분은... 아, 여자 아나운서 같네요. 같이 사진을 찍으셨었네요.
크로우 : 네. 저 분은 문규리 아나운서님이십니다. GSL 에 오랫동안 참여하셨구요. 차후에 다룰 "히오스 슈퍼리그" 에도 참여하셨습니다. 주로 곰TV - 현재의 아프리카TV 측에서 활동하셨는데, OGN 과 SPOTV GAMES 에도 건너가서 활약하셨습니다.
PD : 방송 전후로 만났을 때 쑥쓰러우시거나 서먹서먹하지는 않으셨나요?
크로우 : 음...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습니다. 저 스스로가 색안경을 끼고 여자 아나운서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었기 때문인데요. 차후에 그것이 크게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었죠. 트라우마도 있었고... 근데 나중에는 제가 용기를 내서 다가가고 인사드렸더니 친절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사진도 남기게 되었구요.
크로우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아픈 구석을 찔렀던 모양이다. 그는 왜 "여자" 이야기만 하면 괴로워하는 것일까.
PD : 문규리 아나운서님 외에도 만나서 대화를 했거나 사진을 찍었던 여자분이 계시다면 누가 있습니까?
크로우 : 어... 이현경 아나운서님도 계시고, 서연지 님, 김수현 아나운서님, 그리고 몇몇 모델분들과 인사 나누고 사진 찍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랑하는 건 아닙니다만, 제가 먼저 용기를 내어 다가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PD : 표정을 보니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나봐요?
크로우 :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래도 제가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고 먼저 다가갔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어디까지나 팬의 입장으로서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PD : 많은 추억들을 남기셨군요.
크로우 : 예. 저에게는 눈부신 "빛"과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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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31일. 중국에서 열린 IEM (ESL) 이라는 대회의 스페셜 매치로, 2016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3라운드 결승전이 진행되었다.
PD : 이제부터는 "그림자" 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볼 텐데요. e스포츠계에서 가장 싫었던 사람 한 명, 누가 있습니까?
크로우 : 한 명을 지목하라구요? ...... 글쎄요. 이건 민감한 이야기인데, ㅇㅇㅇ 캐스터였습니다.
PD : 어떤 일 때문에 그렇게 되셨나요?
크로우 : 네. 사실은 mBC GAME 에서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시원시원한 캐스팅도 좋아했었구요. 문제는 엠겜이 사라진 이후였습니다. 종족 최강전을 주최하시고 개인방송을 하시면서 입지를 다시 확보할 때였죠. 우연히 개인방송을 알게 되었고 접속해서 채팅을 조금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당시 제가 살던 곳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PD : 네. 음... 그거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래서요?
크로우 : 그 일 이후로 사흘 정도 지났을까요. 서울 구로의 질 나쁜 생양아치한테 잘못 걸려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동네가 원래 썩었어요. "돌림빵 맞기 싫으면 무릎 꿇어라" 라고 굴욕적인 요구를 하더군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어쩌면 그 ㅇㅇㅇ 캐스터의 개인방송 시청자 중에도 양아치들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요. 다시 접속해서 경고 몇 마디 날렸더니, ㅇㅇㅇ 캐스터는 관종이니 어그로니 치부하면서 저를 매장시키더군요. ...... 네. 그 캐스터에 대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먹칠이 되어 버렸고, 저는 그를 증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PD : 냉정하게 따지면 크로우 씨도 잘못이 있네요.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거 같네요.
크로우 : 차후에 2017 SSL 클래식 스타1 리그 결승전에서도 그 캐스터가 등장하더군요. 하필 제가 거기에 직관을 갔는데 말입니다. 온갖 분노와 증오를 담아 그를 노려보면서 저주를 중얼거렸습니다.
크로우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쌓인 한풀이를 하는 듯하였다.
PD : 그 외에도 e스포츠를 직관하시면서 불쾌했던 경험이나 사람이 있었으면 하나하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크로우 : ㅇㅇㅇ 해설도 있었죠. 훗날에 창설된 ASL (스타1 리그) 이 끝나고 난 이후에, 인사드리면서 사진 촬영을 요청드렸더니, 사진을 찍고 나서 귀찮다는 식으로 "됐죠?" 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고 프릭업 스튜디오를 빠져나가더군요. 그러던 그 사람이, 나중에는 A Free Party (경기 종료 후의 뒤풀이식 무료 술자리) 에서는 보란듯이 아프리카TV의 여자 스태프 둘과 어깨동무를 하고 껄껄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습니다. 팬들을 개 돼지로 우습게 알면서, 계집질은 신나게 하고 다니는 그 인성 때문에 저는 ㅇㅇㅇ 해설을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PD : 아, 듣기만 해도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는 느낌이네요. 계속하시죠.
크로우 : ㅇㅇㅇ 해설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이 사람도 팬을 업신여기는 부류입니다. 우연히 GSL이 끝나고 박상현 캐스터 그리고 박진영 해설위원과 같이 사진 촬영을 하였는데, 그 이후로는 스튜디오에 와서 인사 드릴 때마다 "저 XX 뭐야?" 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군요. 인사할 때마다. 이 또한 팬들을 개 돼지로 여기는 태도라고 볼 수 있겠죠.
PD : 중계진은 그렇다치고, 팬들 중에서는 불편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크로우 : 아, 뭐니뭐니해도 팬클럽 사람들이죠. 대부분이 여자인데, 스튜디오나 결승전 장소의 앞자리를 독점하려 드는 건 예삿일이고, 인사불성인 데다가,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요. 옆에 앉은 팬들에게 불쾌한 언행도 서슴지 않구요. 제가 GSL vs the WORLD 결승전 한 번 갔다가 끝나고 욕만 하면서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1등으로 도착해서 어쩔 수 없이 팬클럽 멤버들이 제 옆에 앉았는데, 계속 쓸데 없는 소리만 하면서 저를 경계하더군요. "이래서 '빠순이'라는 악명이 붙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PD : 심각하네요.
크로우 : 그 외에도, 몇몇 불쾌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광팬들이나, 자폐증 환자이면서 옆 관람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훌리건" 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PD : 야외 결승전 같은 경우에는 보안 요원들과의 충돌도 있었을 텐데요.
크로우 : 네. 예를 들어서, 일부 광팬들과 기자들이 기립해서 사진을 찍을 때, 제가 따라 일어서면 "앉으라고 이 XX야. 너 패스 있어? 패스 있냐고? XXX야 자격도 없으면서 깝치고 XX이야 앉어" 하고 욕지거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경품 추첨을 할 때 불쾌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행사가 다 끝났을 땐 "나가. 나가라고. 빨리 나가 이 XX야" 라고 윽박질렀습니다. 팬들을 개 돼지로 여기는 전형적인 태도죠.
PD :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
크로우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PD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보니까, 별의별 일이 다 생길 수 있겠지만, 크로우 씨는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으셨네요.
크로우 : ...... 저는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열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는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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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0일, "스타크래프트 Day" 로서 스타1, 스타2의 결승전이 동시에 치뤄지던 날.
2016 GSL 시즌 2 결승전의 막이 올랐다.
(ASL 시즌 1 결승전은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김유진 선수와 변현우 선수가 소개되었고 중계진이 등장하였다.
각종 분석 데이터와 맵이 소개되었다.
세트 스코어 4:1로 변현우 선수가 우승하였다.
현장에서는 드라마 "야인시대" OST, 강성 (임강성) 의 "야인" (야인 I) 이 흘러나왔다.
시상식이 거행되었고, 중계진들의 마무리 인사와 변현우 선수의 세레머니가 이어지며 결승전은 끝났다.